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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Limitation
본격적으로 취준 전쟁에 뛰어든지 약 2달이 되어간다. 많은 기업에 원서를 냈고 감사하게도 2군데 면접, 3군데 코딩테스트를 치르고, 또 다른 서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정신 없게 면접과 시험을 보는 와중에 일전에 제출했던 저널에 revision 결과가 나왔다. 솔직히 Reject도 각오하고 낸 높은 저널이었는데 major revision이라도 온 것에 감사했다. 봄 바람이 불고 벚꽃이 여느 때와 같이 아름답게 피지만, 나는 안타깝게도 올해 역시 정신 없는 하루의 풍파 속에서 꽃의 향기를 누릴 여유가 없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 그럴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서 미리 마음을 내려놓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가고 싶었던 기업의 면접을 조지고(?) 많은 서류 광탈과 코테 탈락의 향연에서, 또 자식 같이 소중한 논..
01월 20일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를 정리한다. 그 동안 프로젝트와 연구에 정신이 없어서 공부했던 내용들, 느꼈던 부분들을 글로 정리하지 못했다. 오늘 글을 쓰는 것은 공부 내용을 정리하기 위함도 아니고, 대학원 생활 기간 동안 슬럼프를 겪으며 느꼈던 부분과 지금 밤 10시가 다 되가는 시간에 한껏 사색에 빠져든 지금, 이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글을 적게 된다. 우린 모두 열심히 살았다. 결과가 어떻든, 어떤 상황과 형편 가운데 있든, 본인의 마음에 손을 얹고, 치열하게 살아온 자신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스스로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함이든, 다른 이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함이든, 주어진 일에 대한 끝까지 책임을 지기 위함이든, 무엇이든, 우리는 스스로에게 숱한 채찍질을 가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치 내..
요즘 정신이 없고 바쁘다. 일도 바쁘지만 마음이 더 바쁜거 같다. 일은 안하고 쉬는 중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편히 쉬지 못하고 덧없이 시간만 보내는거 같다. 요즘 이런 저런 우울한 느낌이 많이 들고 힘든 일들이 중간중간에 있어서 멘탈의 회복이 필요했다. 하지만, 숨 막히는 상황일 수록, 더 정신줄을 붙잡아야 할 거 같다. 더 흔들리지 않고 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하게 주어진 상황을 이겨나가야 한다. 더 힘든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나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참 존경스럽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게 그걸 버티게 해줄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사랑하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일이 생각보다 낯선 나 같은, 또 나와 같은 누군가들에게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심호흡 한 번 하고 번아웃에..
2022. 08. 26 오후 15시 55분 코드를 돌리면서 머리 좀 식힐 겸 끄적끄적해본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 덧 석사 2학기 차에 접어들게 되었다. 아는 건 없지만 나름 후배를 받게 되었고 약간의 사수 역할도 담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1학기에 비해서 더 자신감이 붙었는지, 더 부딪힐 수 있는 힘이 생겼는지라고 묻는다면 명확한 답을 주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더 큰 벽들을 마주하며 더 도약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 오히려 힘을 쓰고 있는달까.. 더 큰 도약을 위해 힘차게 뛸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또한 여전히 불안함은 디폴트로 가지고 가고 있다. 사실 어느 정도 인지하고 가는 것도 두려움을 더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어차피 확실한 것이 없기 때문에 연구로서 공부로서 가치가 있는 거기에,..
생각보다 사는 데에 있어서 "불안함"이라는 감정을 너무 크게 가지고 가는 건 아닌 지 싶다. 사실, 어쩌면 불확실한 것은 당연히 삶에서 넘쳐나고 배운다는 것은, 무언가를 공부하고 익힌다는 것은 그 불확실성을 마주할 때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불안함을 마주하는 것인데, 이 불안함에 낯설게 되면, 불안함에 압도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try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고, 막상 용기내어 시도하게 되도 넘어지는 경우가 일반이다. 나도 그 수많은 이들 중 한명이었고, 매일 하루를 아침에 눈을 뜰 때 막막함과 불안함으로 가득한 to do list를 꺼내 들며 시작한다. 하지만, 적어도 사회에서 한 발짝 스텝을 나아온 지금의 시점에서, 우린 당연히 불안함과 마주한다. 하지만, 그 불안함을 대하는 자세에서 그 사람..
아끼던 후배들의 합격 소식들을 연이어 듣는 날이었다. 거의 대부분 다 합격 소식을 들고 나에게 연락이 왔고, 참 뭐 해준 것도 없는 내게 너무나도 무척이나 고마워했다. 시험도 끝나가고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좋은 소식까지 들으니 대학원을 입학하고 난 뒤, 처음으로 마음이 제대로 평온해지는 기분이었다. 감사했다. 하루도 기분이 천국과도 같다가 어쩔 때는 정말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인생을 넓게 보면, 이 모든 순간 순간들은 결국 내 인생이라는 큰 직선에서 고작 작은 점들일 텐데, 참 하루 하루에 미치도록 연연하며 살았을까 싶기도 하고, 당연하게 여기는 감사한 일들을 왜 그렇게 외면하고만 살았을까 싶다. 참 오랜만에 느끼는 평안함이다. 지금 이 마음처럼, 이 순간의 마음을 언젠가..
능력도 없는 내게 주어진 이 자리는 늘 감사함이었고 빚진 마음이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게을리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능력이 없다보니 내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내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 컸고 결국 우매함의 봉우리에 있던 나는 내 무능함을 더 느끼면서 두려움을 가득 안은 채로 석사 1학기를 마무리해간다. 나름 한 학기를 보내면서 많이 배우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아는 것이 없었고, 기초가 엄청나게 부족한 상황에서 연구를 하기 위해 덤볐던 순간들이 엄청나게 후회가 되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연구를 하려고 했던 그 오만함이 이번 학기를 지치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정말 많았고, 스스로 자책하는 시간들이 하루의 절반이 넘었던 것 ..
두 문제를 푸는 과제 중 한 문제가 풀리지 않아 결국 다 풀지 못한 채 제출하였다. 처음으로, 미처 완성하지 못한 과제물을 제출하였다. 평소 같았으면 강박증 환자마냥 밥 먹으면서도, 샤워를 하면서도 그 문제를 생각했겠지만, 오히려 마음은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풀기 위해, 내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결국 내 몸뚱아리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굴레에서 해방된 느낌이었다. 고등학교와 재수시절, 대학 4년에 걸쳐 나를 압박해오던 모든 말들, '너는 이 문제 하나도 풀지 못하면 너는 인생에서 어떠한 문제도 풀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이것도 못 풀면서 어떻게 인생의 어려운 문제들을 풀 수 있겠니', 이 모든 말로부터 잠시나마 해방이 되었던 그 기쁨은, 무언가 새로운 마음의 ..
3주째 매달리고 있는 모델이 잘 동작하지 않았다. 참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정말 많이 연약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별거 아닌데, 왜 이렇게 스스로 화가 났나 싶기도 하고, 쏟은 시간에 비해 나온 결과물이 형편 없었을 때의 박탈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모든 연구의 과정은 이러한 루트를 밟는 거라고 한다. 99번 실패하고 1번 성공할 때 얻는 쾌감으로 버티는 거라고.. 참, 나란 놈은 아직 성장하려면 먼 거 같다. 오히려 즐거움이 사라지는 거 같아 두렵다. 평안하게, 즐겁게 첫 마음을 잃지 말자. 안 되도 차분히 원인을 뜯어보고 더 즐겁게 연구하자. 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두 연예인이 유퀴즈에 나와 동시에 하는 말은 '감사'였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처한 상황, 배경이 어떻든 그 자리에서 행복하고 주변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감사해하며 사는 사람이었다. 정말 꾸준히 노력하고 스스로 관리를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주어진 상황에 대한 감사함으로 더 motivate가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근래 많이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많은 것 같다.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결혼하는 친구들이 생기고 치열하게 살았던 20대의 대부분의 시간 속에서 한번도 돌아보지 않은 내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과연 나는 정말 내 하루를 감사하게 보내고 있는 지를 성찰해보면, 부끄럽게도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늘 남보다 부족한 면을 메꾸려고 애를 썼고, 나 자체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