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Limitation
포장지 속의 어린아이인 나 본문
오늘은 예비군을 마치고, 모처럼 회사를 출근하지 않고 저녁 일찍 여유가 생기는 날이었다. 평범하지는 않는, 어쩌면 여유라는 것이 생긴 하루다.
하지만 나는 이 여유라는 친구가 무서울 때가 많았다. 갑작스럽게 생긴 넉넉한 시간..
무얼 해야 할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몰라, 늘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 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PC방에 가 시간을 때우는 것으로 일상을 보냈었다. 아니면 회사 일을 했던 거 같다.
누군가는 이상하게 볼 수도 있다. 왜 회사 일을 하지? 왜 자기 시간을 잘 못 보내지? 우선, 대부분의 경우에는 일이나 공부에 시간을 쏟았었는데, 아마 필자가 하고 있는 업무에서 충분한 지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주변 동료들에 비해 업무 속도나 스킬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가 가장 큰 이유 일 것이다. 왜냐면 필자는 이 분야를 공부한 게 오래되지 않았고 남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니까 더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업무 시간 외에도 일을 더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즉, 두려움이 동기부여가 되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이것이 두려움이 아닌, 공부를 좋아하고 연구를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가스라이팅을 하였고, 그렇게 평일 주말 할 거 없이 대부분 이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게임을 하며 머리를 비워냈다.
하지만 필자라고 모든 시간을 공부와 일에만 쏟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일하기 싫고, 공부하기 싫고 내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가 많다. 나름 운동도 하고, 친구들과 약속도 잡고, 지금은 감사하게도 연애를 시작해서 여자친구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사실 본질적으로,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내가 어떤 것을 할 때 행복한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나름의 자유 시간이 생길 때, 여유가 생길 때 오히려 이 여유가 무섭게 다가올 때가 많다. 일과 공부에 시간을 쏟으면서, 친구들과 여자친구한테 시간을 쏟으면서, 주변의 평가와 이루어낸 것들로 열심히 내 자신을 포장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포장지를 언박싱하고, 모든 껍데기를 벗긴 온전한 나 자신의 모습은 너무도 낯선 것이다. 30살의 나이에도, 여전히 어린 아이가 그 포장지 안에 있는 것이다.
이는 아마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나름 열심히 10~20대를 보낸 대부분의 청춘들은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다. 고등학교 때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하고, 대학 때 열심히 학점을 쌓고 취업 준비를 하며, 직장 가서도 열심히 일하면서 결혼과 미래를 준비한다. 이렇게 퀘스트 마냥 모든 일들을 하나씩 숙제처럼 끝내고 있는 정신없는 일상 중에, 가끔 제쳐두고 있던 나라는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 그것은 너무도 감당하기 어렵다. 나를, 아무 수식어 없는 오로지 나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 친구와 회사 동료 등, 수 많은 사람들을 신경쓰고 또 눈치도 보면서 열심히 살아왔지만 결국 나 스스로는 챙기지를 못했구나..
이런 나는 누가 챙겨줄까. 가족이 챙겨줄까, 애인이 챙겨줄까, 친구들이 챙겨줄까, 내 회사와 작고 소중한 내 월급이 챙겨줄까, 모아놓은 내 자산이 챙겨줄까. 앞서 말한 이 모든 것들은 살면서 너무도 중요한 것들이지만 무언가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요즘 사람들은 아무도 나를 챙겨주지 않으니, 바로 나 스스로가 나를 챙기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소확행을 꿈꾸며 스스로를 챙기려고 한다. 아니면 누군가는 애석하게도 술에 의존해 잊으려고 한다. 스스로를 잘 돌아보지 못한 우리가, 과연 이런 것들을 통해 스스로를 잘 챙길 수 있을까? 앞서 말한, 가족, 애인, 친구, 돈 이런 것들 처럼 또한 그것들에 의존하고 마는 삶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결국 나는, 늘 그랬듯, 내가 믿는 하나님을 찾게 되었다. 왜냐면 어차피 전부 다 사람은 오로지 무언가를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 그 의존할 존재가 완벽한 것이 좋지 않겠는가. 앞서 말한 모든 것들은 좋은 것이지만 완벽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족과 애인, 친구에게도 배신당할 수 있고,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의존하기 좋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포장지 속에 있는 어린 아이 같은 "진정한 나"를 유일하게 사랑해주는 것이 바로 하나님인 것 같았다.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나는 성경에 나온 인물처럼 엄청난 신앙심과 믿음을 가지고, 목숨을 걸어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하는 이런 숭고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난이도 높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한 청년으로서, 하나님을 진짜 믿음으로, 진짜 내 삶에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싶은 그저 그런 한 사람이다. 하지만 너무도 연약하고 나약해서 늘 무너지고, 늘 자빠지는 지극히 낮은 자이다. 그런 나를, 보잘것 없는 나를, 아무런 수식어구가 없는 나 자체를 하나님은 유일하게 봐주신다. 그래서 더욱 하나님을 사랑하고 싶다.
두서 없이 쓴 이 글을 언젠가 다시 보게 되면, 잊혀진 어린 아이인 나를 위로해주시는 하나님을 구하자. 그리고 다시 일어나고, 진짜 하나님이 주시는 하루와 힘으로 다시 내면의 어린아이를 위로하고 성장시키며, 더욱 단단한 진정한 남자로 거듭나보자. 여러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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